상처와 상처가 만나는 이마고 매치



이마고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나 결핍을 채워줄 사람, 발달 과정에서 자신의 잃어버린 부분을 보충해 줄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찾아 배우자로 선택한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 선택하는 배우자는 오히려 내게 상처와 결핍을 안겨준 부모와 가장 유사한 사람이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주 어릴 적부터 무의식 속에 부모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부정적인 이미지를 저장해 두고 그것의 합성체인 이마고Imago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끌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난 나의 배우자를 이마고 이론에서는 나의 이마고 짝Imago Match이라고 부른다. 


나의 이마고 짝 Imago Match

연인이 처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생각해 보자. 대부분 나에게 없는 무언가가 상대방에게 있을 때 매력을 느낀다. 나와 동일한 유형의 사람보다는 나와 다른 유형의 사람에게 더 많은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늘 바쁘고 진취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오히려  삶의 여유를 누릴 줄 아는 사람을 볼 때 매력을 느낀다. 주관이 강하고 자기 의견을 피력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수용해주는 사람에게 더 매력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듯이 시간이 지나면 내가 매력을 느꼈던 상대의 장점이 단점이 되기도 한다. 성격 좋고 삶의 여유를 누릴 줄 알아 좋았던 그의 장점은 게으르고 우유부단한 그의 단점이 되고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수용해주어 좋았던 그의 장점은 줏대없고 의존적인 그의 단점이 되고, 생활력 강하고 알뜰했던 모습은 짠내나는 팍팍함과 구질구질함으로 변신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왜 우리는 우리와는 다른 그의 모습에 끌리나 결국 그 모습으로 인해 괴로워하게 되는 걸까?

이마고 이론에 의하면 우리는 참 역설적이게도 가장 비슷한 발달 단계에서 거의 같은 수준의 상처와 결핍을 경험 했으나 그 상처에 대한 방어기제가 거의 정반대로 형성된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즉, 내가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그의 모습의 일부는 어린 시절 상처에 대한 방어기제로 형성된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낭만적 사랑의 시기를 지나 갈등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의 장점은 상처받지 않으려는 방어기제로, 자신의 미해결 과제를 끝내 보려는 시도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2월 한 달 동안 심도 깊게 이야기 나눠볼 예정이다. 오늘은 대략적인 내용에 대해 알아보겠다.  



상처와 상처가 만나다

우리는 자라면서 각 시기에 따른 발달 단계를 지나게 된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충족되어야 할 발달적 과업이 있으며, 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지속적인 보살핌과 지지가 필요하다. 부모가 충분히 사랑을 주고 지속적으로 지지를 해 주면 그 단계에서 배워야 하는 삶의 기술을 잘 숙달하고 다음 발달 단계로 잘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발달적 충동을 부모로부터 지지받지 못하거나 인정받지 못한 아이는 그 결과로 인해 겪는 고통을 감소시키기 위해 자기만의 방어기제를 발달시키게 된다. 그리고 이후 맺는 관계에서도 고통의 순간이 올 때 이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이 방어기제는 부모의 양육 방식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형성되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이는 추후 우리의 배우자 선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1. 애착 시기의 상처 

 매달리는 자 vs 회피하는 자 

출생에서 생후 15개월 정도까지는 애착을 형성하는 시기이다. 아기는 부모와 애착하고자 하는 발달적 충동을 갖는다. 이때 적절한 사랑과 돌봄을 받으면 아기는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안전감을 발달시키고 사람들에게 애착하는 능력을 배우게 된다. 다른 사람을 신뢰할 수 있게 되며 점차 버림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은 줄어든다. 그러나 이 시기에 부모로부터 적절한 사랑과 돌봄을 받지 못하면 아기는 심리적 상처를 경험하고 이에 따른 방어기제를 형성해 추후 관계 안에서 매달리는 사람 혹은 회피하는 사람이 된다.

매달리는 사람은 애착 시기에 부모를 신뢰하지 못해 매달리는 방어기제를 발달시킨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누군가를 신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성인이 되어 연인과의 관계에서 불안함을 자주 느끼고 상대방이 더 가까이 있길, 자신을 더 많이 만족시켜주고 자신의 필요를 더 많이 채워주길 요구하게 된다.

반면 회피하는 사람은 애착 시기에 차가운 부모의 양육으로 인해 정서적 고통을 받았거나 부모의 지나친 자극으로 자신의 영역을 자주 침범 당해 회피하는 방어기제를 발달시킨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혼자 있기를 좋아하며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매우 이성적이고 회피적이며 수동 공격을 자주 하게 된다.  이마고 이론에 따르면 이 두 사람이 서로를 배우자로 선택하게 된다. 


2. 탐험 시기의 상처 

 쫓아가는 자  vs 도망가는 자

두 살에서 세 살까지는 탐험의 시기이다. 이 시기에 아이는 자신의 주변을 탐색하고자 하는 발달적 충동을 갖게 되는데, 이때 누군가 자신의 탐험과 호기심을 옆에서 지켜봐 주고, 경험을 허용해 주고, 그 경험에 대하여 반영하고 지지해 주는 것을 필요로 한다. 그 필요가 잘 충족되지 않으면  아이는 추후 관계 안에서  쫓아가는 사람이나 도망가는 사람 된다.

쫓아가는 사람은 탐험 시기에  주변을 탐색하는 중 부모로부터 방치 되었거나 부적절한 반영을 경험해 혼자가 되었던 경험으로 쫓아가는 방어기제를 발달시킨 사람들이다. 이들은 연인과 같이 중요한 타인의 기대에 열심히 부응하려고 노력하며 그들로부터 분리 되고자 하는 모든 욕구를 두려워하며 부인한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정의 하기보다는 타인에 의지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정의한다.

도망가는 사람은 탐험 시기에 부모가 과잉보호하며 소유하려고 함으로써 탐색에 방해를 받아 숨막히는 경험으로 도망가는 방어기제를 발달시킨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느 누구도 자신을 정의하지 못하게 차단함으로써 자신을 지키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접촉이 어렵고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 두 사람 역시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3. 정체성 시기의 상처 

흐릿한 자  vs 경직된 자 

세 살에서 네 살은 정체성이 형성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아이는 다양한 정체성을 시험해 보며 그 안에서 자아 정체감을 찾아간다.  이때 부모는 아이가 하는 행동에 대해 거울처럼 반영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시 아이는 추후 관계 안에서 경직된 사람 또는 흐릿한 사람이 된다.

흐릿한 사람은 다양한 역할 행동을 할 때 부모가 어떠한 반영도 해 주지 않고 무시하거나 부적절한 반영을 해 흐릿해지는 방어기제를 발달시킨 사람들이다. 이들은 누군가에게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이 되기를 갈망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 이들이 택하는 방법은 순응하고 협력하고 순종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타인의 의견을 많이 따르다 보니 본인의 의견에 대해서는 항상 옳은지 의심한다.

경직된 사람은 정체성을 시험해 보는 과정에서 부모가 원칙이나 규칙을 지나치게 강요해 경직되는 방어기제를 발달시킨 사람들이다. 이들은 성장하여서도 틀릴 것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가지고 있어 엄격한 통제를 하는 경향이 있으며, 언제나 자신은  옳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 비난받거나 수치를 당하는 것, 통제를 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것이 경직된 사람이 흐릿한 사람에게 유독 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4. 능력 시기의 상처 

수동적인 자 vs 경쟁적인 자 

네 살에서 여섯 살의 아이들은 능력의 시기를 거친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보기 시작한다. 아직 기술이 어설프더라도 무언가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며 부모로부터 이러한 자신의 능력을 격려받길 원한다. 이때 부모가 적절한 격려와 긍정적인 반영을 해 주지 않으면 아이는 추후 관계에서 경쟁적인 사람 혹은 수동적인 사람이 된다.

경쟁적인 사람은 매번 부모로부터 자신의 능력에 대해 선택적인 칭찬을 받거나 늘 더 잘하기를 요구받아 경쟁적인 방어기제를 발달시킨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든 일을 꼭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항상 제대로 잘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연인 관계에서도 상대에게 부탁하거나 요구하기보다는 스스로 해결함으로써 과잉 기능 파트너를 자처한다.

수동적인 사람은 부모로부터 자신의 능력을 무시당하거나 어떤 일을 하기 위한 적절한 지침을 받지 못해 수동적인 방어기제를 발달시킨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무능하다는 것을 확인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에 경쟁적인 노력 자체를 완전히 피해버린다. 성취지향적이기보다는 낙천적이고 여유로워보일 수 있으며 연인 관계에서도 과소 기능 파트너일 확률이 높다.


각 단계는 명확하게 구분되어진다기보다 스펙트럼 선상에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 가장 중요한 단계는 애착 단계이다. 애착 단계의 경험이 이후 단계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처가 깊은 만큼 더 오랜 시간 치유의 경험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 단계들이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고 혼란스러울 수 있다. 각각의 단계가 잘 이해되지 않아도 괜찮다. 앞으로 각 단계별 사례와 함께 이 부분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중요한 건 우리가 이렇게 만나지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선택한 배우자는 나와 동일하게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와 결핍이 있는 사람이며, 그에게도 해소하고 싶은 미해결 과제와 욕구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의 미해결 과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미해결 과제를 먼저 해결해 달라고 하는 순간 부부는 힘겨루기 단계에 들어간다. 

그러나 서로의 미해결 과제를 이해하고, 이를 연민으로 바라보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갈 때 부부는 인생에서 반드시 풀어야만 하는 미해결 과제를 도와주기에 가장 적절하고도 중요한 파트너가 될 있다.  가장 비슷한 발달 단계에서 상처와 결핍을 경험했기에 나의 아픔을 가장 잘 이해하고 공감해 줄 수 있는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서로가 자기 자신과 상대를 이해하려는 선한 마음과 의도적인 노력이 있다면  이혼 직전 상태의 골이 깊던 부부 관계도 얼마든지 치유적인 관계로 변할 수 있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