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심화] 상처를 품에 안고 사는 아이 어른들 : 자아분화 3


보웬의 자아 분화라는 개념은 아이가 어머니와의 융합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의 정서적 자주성을 향해 나아가는 장기적인 과정이다. 


자아분화가 잘 되었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를 의미한다.

1. 생각감정을 분리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2. 타인, 특히 원가족과 자신을 분리시키면서도 의미있는 관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다. 



보웬의 가족체계이론은 8가지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가지 큰 축은 지적 체계와 정서적 체계, 그리고 개별성과 집합성이다.  생각과 감정을 분리할 수 있는 내적 분화 능력이 지적 체계와 정서적 체계와 연결되며, 원가족과 적절한 경계를 지키는 대인적 분화가 개별성과 집합성과 연결된다. 다시 말해 자아 분화란,  사고와 감정을 분리시키는 능력이 있고 둘 사이에 균형을 이룰 수 있으며 원가족과 단절되지 않으면서도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  (각각에 대한 설명은 심화1, 2편 참고) 



그렇다면 자아 분화의 수준이 우리의 행동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자아 분화가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의 특징을 살펴보자.  

보웬은 자아분화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모든 사람을 단일 연속선상에서 범주화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보웬은 자아 분화의 범위를 0-100이라는 연속선 위에서 4 가지로 구분했으며, 그 범주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분화 지수 (0-25)


◎ 분화 지수 (25-50)


◎ 분화 지수 (50-75)



◎ 분화 지수 (75-100)

자아 분화가 잘 된 사람은 자제력이 있고, 객관적이다. 느낌만으로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으며, 높은 자율성을 가지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반면 자아 분화가 잘 되지 못한 사람은 확고한 자아를 발달 시키지 못한 채 성인이 된다. 따라서 견고한 자아 보다는 거짓 자아가 자치하는 비중이  높아 일관된 신념을 갖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율성과 자주성이 부족해 독립적인 행동이나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며, 이성적 사고가 아닌 감정에 따른 의사결정을 한다. 


결혼 생활과 자아 분화의 관계  

결혼 생활에서는 어떨까? 자아분화와 결혼만족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들을 보면, 자아분화가 낮은 경우 자신의 불행이 상대방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부부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서로에게 책임 을 전가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아 분화 수준이 낮을 수록 부부의 의사소통이 역기능적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보다 감정에 치우쳐 말과 행동을 하기 때문에 갈등이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이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불행한 결혼 생활을 지속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자아 분화가 잘 된 사람은 결혼에 대한 기대와 실제의 차이를 현실적으로 가늠할 수 있고, 갈등을 회피하거나 상대를 공격하는 대신 문제를 직면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충동적인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사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의 감정에 대해 공감적으로 반응할 수 있고, 부부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했다.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이성적, 자율적,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더 나은 대안을 찾게 된다. 


보웬의 가족치료 이론에서 자아 분화라는 것은 개인 성장의 목표이자 치료의 목적이기도 하다.  정체감을 형성하고 자기 충동적 사고와 행동에서 자유를 획득해가는 과정, 즉 다시 말해 진짜 나 다운 나를 찾는 것,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 자아 분화이며 이것이 곧 상담의 목적인 것이다. 

잠시 시간을 내어 나의 자아 분화 수준이 어느 정도 일지 생각해보는게 어떨까. 


배우자의 자아 분화 수준이 낮다고 비난할 필요도, 자신의 자아 분화 수준이 낮다고 좌절 할 필요도 없다. 

자아 분화는 크게 기본적 수준의 자기분화(Basic level of differentiation)과 기능적 수준의 자기 분화(Functional level of differentiation)로 나뉘는데 기본적 수준의 자기 분화는 청소년기까지 발달 되며, 보통 그 발달의 수준이 이후의 삶에서 변하지 않고 유지된다. 반면, 기능적 수준의 자기 분화는 삶의 다양한 사건들과 인과관계의 경험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바뀔 수가 있다. 어린 시절 자아 분화를 이루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고 할 지라도 성인이 되어 어린 시절 상처를 치유하며 자아 분화는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분화가 낮다는 것은 상처가 많다는 것이다. 보웬은 자아 분화 수준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즉 상처의 깊이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비난 대신 서로를 연민의 정으로 바라보며 서로의 분화를 도와주고, 상처를 보듬어 주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부부가 회복되는 길이며, 나도 살고, 너도 살고, 아이도 함께 살리는 길인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보웬 이론의 다른 개념들 중 정서적 체계와 삼각화에 대해 심도 있게 알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