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심화]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기대 갖기


이제 우리는 결혼이 신레렐라가 백마탄 왕자님을 만나는 동화가 아님을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결혼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환상에 젖은 채 결혼을 한다. 


'불행해지고 말거야'하고 결혼하는 사람은 없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부부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슬픈 현실 아니던가. 

대체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필요한 일은 결혼생활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와 환상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혹시 나도 결혼생활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와 환상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아래 결혼의 신화를 살펴보며 확인해 보자. 특히나 결혼을 앞둔 커플이라면 이 질문에 대한 대화를 나눠보며 현실적인 기대감을 갖는 작업을 해보길 바란다. 


직업적, 경제적, 사회적 상황이 좋지 못할 때 또는 부모와 문제가 있을 때 결혼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빨리 결혼해서 좋지 못한 지금 이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더 여유있어지고 싶어서', '부모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 '불안함과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서' 등의 이유로 결혼을 서두르고 있다면 알아야 한다. 결혼을 한다고 해서 결혼 전 어려웠던 상황이 좋게 바뀌지 않으며 배우자가 그 상황을 해결해 주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결혼은 마법이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어린 시절 경험한 상처나 결핍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그것이 우리 내면에 미해결 과제로 남아 배우자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원가정 안에서 해결되지 않은 미해결 과제는 결혼 후에도 여전히 우리의 내면에 존재하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관계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하게 된다. 물론 이것은 배우자나 자녀 뿐 아니라 우리가 맺는 다양한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결혼 전에 신디를 만난 메이트라면 기억하자. 결혼 전 내가 가진 문제를 배우자가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히려 부부 각자가 가지고 있던 문제가 합쳐지니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오히려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다. 따라서 내가 가진 미해결과제가 있다면 결혼 전에 이것을 건강하게 풀어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내가 가진 미해결과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나면 더 건강한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니 말이다.  

이미 결혼을 한 메이트라 할지라도 여전히 기회가 있다. 배우자가 나의 미해결과제를 해결해주길 바라지 말고, 스스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면된다. 내가 나의 미해결 과제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개인적 성장을 넘어 부부의 연결이 함께 일어나면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놀라운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자신의 행복이 결혼을 통해서 완성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결혼을 행복의 프레임에서 보는 사람들은 본인이 꿈꾸던 이상적인 결혼의 모습에서 조그만 벗어나도 쉽게 불안해진다. 나아가 '행복하지 않은 결혼' 또는 '배우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은 곧 인생의 실패로 여겨져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기 쉽다. 

행복은 찰나의 순간에 느끼는 감정일 뿐이기에, 그것이 삶의 목표가 되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행복을 느끼기는 더 어려워진다. 인생은 희노애락을 동반하며 결혼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결혼을 행복의 프레임에서 보고 있었다면 왜곡된 틀에서 벗어나 성장의 프레임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보자. 결혼을 행복이 아닌 성장의 한 과정으로 볼 때 비로소 건강한 결혼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결혼하면 당연히 주어지는 부산물이 아니라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며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임을 기억하자. 


싸우고 있는 부부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저렇게 살면 행복하지 않을거야'.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하니까 저렇게 싸우는 것이겠지' 

부부가 다투는 것을 서로를 미워하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슈프레처Sprecher 와 펠리Felmlee 의 연구에 따르면 높은 정도의 사랑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갈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를 향한 사랑이 커질수록 서로에 대한 기대 또한 높아지기 때문에 그에 따른 갈등과 아픔도 잦아지는 것이다. 

연애 때만 돌이켜 봐도 처음에는 다툴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서로를 점점 알아가고 더 많은 것을 나누다 보면 서운한 일도 생기고 마찰도 생긴다. 자기노출과 갈등의 비율은 비례할 수 있다. 결혼은 연애 때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자기노출을 동반하니 다툼이 잦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격하게 싸우고 격하게 사랑하는 부부도 있다. 오히려 싸우지 않으려고 서로의 감정을 숨긴 채 대화도 없이 살아가는 부부가 더 골이 깊은 상태이다. 따라서 결혼을 해서 배우자가 싸움을 건다면 그것이 당신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당신을 필요로 하며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결혼을 하면 상대방이 서로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다 해주는 것이 배우자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잘못된 믿음이다.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실제 결혼을 하면 배우자에게만 모든 것을 기대하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배우자가 나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길 원하고, 원하는 걸 다 해주길 원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심리적 결핍이나 상처가 많을 수록 상대 또한 나와 동일하게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느끼는 한 개인이며 한계가 있는 사람이라는 깨닫지 못하고 유아기적 심리 상태에서 자신의 욕구만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사람일수록 그것을 결코 채워줄 수 없는 배우자를 만나게 될 확률이 높다. 이 부분은 이후 배우자 선택이론에서 자세히 다뤄보겠다. 건강한 관계의 기본은 상호성이다. 나의 욕구가 중요한 만큼 상대의 욕구도 중요하며, 이 둘의 욕구가 충돌하는 욕구갈등 역시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나의 욕구가 결혼 안에서 전부 채워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조율하는 능력을 키울 때 비로소 관계 속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결혼을 한다고 해서 모든 필요가 결혼 안에서 채워져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렇게 채워질 수도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결혼을 하면 배우자가 나의 많은 욕구를 채워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욕구들은 가족과의 관계에서, 친구와의 관계에서, 그리고 나 스스로 채울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않길 바란다. 





사랑한다면 일 외의 시간은 무조건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하며, 그래야 행복한 부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역시 잘못된 믿음이다. 이런 믿음은 배우자로 하여금 질식하게 만든다. 인간은 실존적으로 홀로 존재하는 단독자이면서 타자와의 관계를 추구하기 마련이다. 독립성과 관계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존재인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 좋다가도 문득 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 적은 없는가. 

부부 사이에는 더할 수밖에 없다. 부부는 각자 고유성과 독립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하나로 결속되어야 하는 독특한 관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따로 또 같이'의 균형을 잘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각자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자의 시간과 사생활을 서로 존중하자.



부부 사이에 완벽하게 솔직한 것이 가능할까. 하물며 자기 자신에게도 솔직하지 못한 게 인간이다. 이런 잘못된 믿음이 강하면 배우자에게 작은 비밀이 있거나 배우자가 별것 아닌 거짓말을 했을 때조차 세상이 무너진 듯 괴로워할 수 있다. 서로에게 솔직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배우자에게도 나에게 말하기 싫은 무언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때로는 지나친 솔직함이 독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상대가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의 감정과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은 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그것을 다 받아주는 것이 배우자의 의무는 아니다. 배우자는 나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자.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했는데,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당연히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부부 갈등의 단골 레파토리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함께 한다고 해서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말하지 않은 걸 신이 아닌 이상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상대가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냔 말이다.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해줘도 모르는 게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25년 이상 된 부부나 그렇지 않은 부부가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정도나 이해하는 정도는 별반 다르지 않게 나타났다고 한다. 직접 말하지 않는 이상 상대방은 결코 알지 못한다. 그러니 내가 원하는 욕구와 필요한 사항을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상대에게 표현하는 훈련을 해 보자. 그리고 그것이 좌절 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 역시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서로 사랑한다면 서로의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서로가 자신의 필요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조율할 때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감을 키워갈 수 있다.  



결혼을 해도 개인의 욕구는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존재한다. 결혼을 했다고 해서 개인의 욕구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믿음이다. 행복한 부부는 각자의 욕구가 무엇인지 알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부부이다. 물론 한쪽에서 지나치게 자신의 욕구를 들어주길 강요하거나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희생해야 하는 관계는 건강하지 못한 관계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상황에 50 대 50의 역할과 기여를 강조하며 일일히 이를 계산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갖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서로의 욕구를 적절히 조율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행복한 부부가 그렇지 않은 부부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결혼에서의 50 대 50의 역할을 더 강조했다고 한다. 





'칭찬 해주면 자기가 진짜 잘하고 있는 줄 착각할 거예요.'

배우자를 칭찬하는 데 인색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 지적과 잔소리를 가리지 않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아무리 서로를 위한 의도였다 한들 부부 간에 힘겨루기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단점을 지적받거나 바뀌길 강요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존 가트맨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인 말을 한 번 했다면 긍정적인 말을 최소한 다섯 번 이상 해야 심각한 갈등을 피할 수 있다고 한다. 뻔한 말 같지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대화의 패턴을 분석해보자. 

긍정적인 말을 부정적인 말에 비해 얼마나 더 하고 있는가? 

정말 현명한 배우자는 상대의 단점이 '9'이고 장점이 '1'일 때 그 '1'의 장점을 찾아 칭찬해 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럴 때 상대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한 자발성이 진짜 변화로 이끄는 것이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는 마음 상태라면. 비난이나 불만을 이야기 하고 싶을 때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칭찬거리를 찾아 5번 해주자. 


기억하자. 좋은 말을 5배 더 해줘야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이하면 불화의 고리에 들어가는 건 시간 문제다. 

 




부부 관계가 소원해 고민이라고 털어놓는 이에게 아이를 가져보는 건 어떠냐고 조언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이를 갖는 것이 두 사람을 가깝게 해 줄거라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둘이서도 쌓지 못하는 정서적 친밀감을 육아를 하면서 쌓는 것이 가능할까? 

아이가 생기면 둘이 함께하는 시간의 양과 질은 확연히 떨어져 사이가 좋던 부부도 갈등과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다. 실제 2010년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부부 불화의 가장 큰 이유는 '자녀 문제'와 '경제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간혹 아이가 생기고 결혼 생활이 더 나아졌다고 하는 부부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대부분 부부관계 자체가 좋아졌다기보다 양육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생김에 따라 부부의 문제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족의 방향성은 부부 중심이 아니라 아이 중심이 되는데, 이렇게 되면 자녀문제에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이거나 아이들이 독립한 후에 묵혀두었던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이 외에도 다양한 결혼의 신화들이 존재한다. 오늘은  그 중 대표적인 신화 10가지를 살펴봤다. 이 중 몇 가지 신화를 믿고 있었는가? 이 신화에서 벗어나 있을수록 결혼을 위한 심리적 준비가 잘 되어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결혼은 '나' 중심의 개인 생활을 끝내고 '우리' 중심의 한 공동체로서의 생활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연애 때의 낭만적인 사랑의 태도에 보다 더 실제적이고 책임감 있는 삶의 태도와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삶의 시작이다. 따라서 앞서 이야기 했듯이 결혼을 '행복의 프레임'으로 보고 있었다면 '성장의 프레임'으로 바꾸고 결혼을 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