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심화] 불안에 대처하는 4 가지 패턴



가족 중 누군가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구성원 모두가 불안해진다. 이렇게 되면 가족 구성원들은 더욱 정서적으로 융합하려는 경향성을 보이게 되는데, 융합은 때로는 불안을 경감시켜주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는 불편함을 주기 때문에 불안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과연 불안해진 가족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보웬의 이론에 따르면 가족 구성원들은 그 불안한 느낌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한 행동들을 하게 되는데 자아 분화 수준이 낮은 가족일수록 만성 불안이 높아 다음의 행동 패턴들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1. 만성적인 부부 갈등 

2. 거리 두기  

3. 과대 기능하기/과소 기능하기의 상호작용 

4. 삼각화 


 

첫째, 만성적인 부부 갈등이다.

 

만성적인 긴장과 파괴적인 다툼, 서로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는 결혼 생활 내내 지속된다. 가끔 열정적인 친밀감을 회복하며 롤러코스터를 타듯 갈등이 정리되는 것 같은 순간을 경험하지만 관계는 이내 다시 갈등에 빠지게 된다. 이 패턴에서 부부는 끊임없이 상대를 비난하는데 이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 'YOU' 이다.  '너(당신)가 잘못한 거야' '너(당신) 때문에 미치겠다 진짜' '너(당신) 언제 정신 차릴래?' 

이 같은 부부 갈등은 중독적인 성향을 가진다. 부부 싸움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지겹게 싸우면서도 계속 사는 부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런 부모를 보며 자란 자녀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싸울 거면 이혼하시지 왜 같이 사는지 모르겠어요."   

만성적으로 싸우는 부부들은 표면으로 드러난 문제를 갈등의 원인이라 생각하지만 보웬의 이론은 가족 구성원내에 대를 거쳐 대물림된 내재된 미분화를 원인으로 본다. 이 같은 갈등은 부부로 하여금 부모로서도, 한 개인으로서도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달성하지 못하게 한다.  



둘째, 거리두기다
 

갈등에 지친 부부는 또 하나의 자동적인 패턴인 거리 두기 자세를 취하게 된다. 더 이상 싸우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거리 두기 상태의 부부는 대화를 나누는 빈도가 줄어들고 심한 경우 몇 달 동안 아예 말을 나누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겉으로 봤을 때 이들은 서로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은 다르다. 부부는 서로 말을 나누지 않고 냉랭한 관계를 유지할지라도 서로에 대해 상당히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별거 중이거나 이혼에 이르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거리 두기는 보웬의 이론에서 중요한 또 다른 개념인 '단절'로 이어진다.





셋째, 과소 기능/과대 기능하기 상호작용 



 이 패턴에서의 관계는 마치 시소와 같다. 한 사람이 좋아지면 한 사람이 나빠진다. 한 사람은 지배하고, 한 사람은 적응한다. 

부부 중 한쪽은 과대 기능자가 되어 지배적 역할을 취해 상대로 하여금 자신에게 적응하도록 하며, 상대를 희생 시켜 자신을 얻게 된다. 

이때 적응하는 과소 기능자는 점점 스스로 기능하기와 결정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상대에게 의존하게 된다.


과대 기능자는 상대를 '문제'로 본다. 그래서 상대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까지 말한다. 과도하게 상대를 도우려하고, 타인에 대한 지나친 책임감을 취한다. 그들은 답을 알고 있고, 그래서 상대를 심리적으로 지배한다.


반면 과소 기능자는 자신을 '문제'로 본다. 그래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느껴야 할지 상대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필요 이상의 충고를 구하고 상대의 도움을 분별없이 취함으로써 수동적이 된다. 결국 두통과 같은 질병이나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증상을 발현하게 되는데 이 패턴의 부부는 과소기능자의 증상에 대한 도움을 해결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하지만 과대 기능를 하는 배우자가 과소 기능을 하는 배우자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할수록, 도우려 하면 할수록 상대는 더 비탈길로 내려갈 뿐이다. 





넷째, 삼각화하기



삼각화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두 사람 간의 상호작용 체계에 다른 가족 구성원을 끌어들임으로써 불안을 회피하고 갈등을 우회 시키는 것으로 불안에 대한 역기능적 대처 방식 중 하나다. 부부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안과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현상이 바로 삼각화이다. 특히 아이초점 삼각화이다. 


예를 들어 남편의 관심과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의존적인 아내와 자유롭고 독립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남편의 경우 아내는 만성적으로 불안을 느끼게 된다. 이 부부의 불안과 긴장이 어느 지점에 도달하게 되면 아내는 특정 자녀와 강한 애착을 맺어 긴장을 감소시킨다. 아내의 불안은 아이에게 안착되고, 아내는 남편의 사랑을 확인받지 않아도 한결 나아진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때 부부와 자녀와의 삼각관계는 가족을 유지하게 하는 힘이 되지만 삼각관계의 대상이 된 자녀는 분화를 이루기가 어려워진다. 그 결과 개별성에 있어서는 자신의 신념이나 요구를 발달시키지 못하고, 연합성에 있어서는 관계에 융합되어 미분화된 가족 자아 덩어리의 부분으로만 존재하게 된다.


불안이 아이에게 흡수되는 이러한 과정이 충분히 자주 일어나면 이 아이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인 증상을 발현하게 되는데 이러한 증상은 다시 부모로 하여금 아이를 걱정하고 더 불안하게 한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그 불안은 다시 흡수하며 더 불안해지고, 증상은 계속된다. 악순환의 반복인 것이다. 


이때 자녀는 가출, 비행, 학습문제, 왕따, 정서장애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이 경우 자녀를 아무리 상담실에 데려가고 치료를 받게 해도 근본적인 가족 체계가 변화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부모가 자녀를 변화시키려는 태도보다 부모가 자기 분화 수준을 높이는 것이 선행되어야 자녀의 자기 분화 수준도 높아져 역기능적인 행동이 감소될 수 있다.


미분화된 가족일수록 삼각관계를 만들려는 노력이 강렬하고 삼각화로 인해 가족원의 미분화는 지속된다. 반면 가족의 분화 수준이 높을수록 삼각관계를 만들지 않고도 긴장을 다루고 불안을 관리할 수 있다.

물론 삼각관계는 가족을 자유롭고 효과적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대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시적인 도움이 될 뿐 근본적으로는 가족의 정서 체계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가족의 불안을 제 3자에게 전수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가족 내의 삼각관계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존재할 수 있으며, 삼각관계는 사람이 아닌 대상과도 형성된다. 부부 갈등이 심한 경우 부부 중 한  쪽은 일이나 술, 게임 등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것들이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을 무의식적으로 달래주고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장치인 것이다. 부부간의 갈등이 심해질수록 다른 대상에 몰두함으로써 자신의 불안과 불편한 마음을 해결하고자 한다. 이 경우 일 중독, 알코올 중독, 게임 중독 등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보웬은 우리가 불안을 받아들이고 조절하는 법을 배우며 분화를 이루어갈 때 비로소 이 같은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보웬의 가족치료 이론에서 치료의 목표는 여러 세대를 거쳐 반복되는 가족의 정서 과정을 이해하고,  원가족의 정서 체계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는 가족원을 분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의 과정은 가족의 정서적 체계와  구조를 파악하고, 원가족으로부터 자기 분화를 높이고, 가족 체계를 부부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된다.  치료의 목표는 불안 감소/ 자기 분화 촉진/ 탈삼각화가 된다. 


보웬의 이론은 자기 이해를 통한 분화를 강조하는 인지적인 접근으로 한계점도 분명 존재하는 이론이다. 하지만 개인의 기능을 여러 세대에 걸친 가족의 정서적 과정과 연관시켜 가족 체계를 폭넓게 이해하는 이론적 틀을 제공했으며, 부부 한쪽, 또는 양쪽이 확대가족과 친밀한 관계를 갖거나 정서적 단절 상태에 있음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에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고부갈등과 같은 가족관계 문제를 설명하는데 매우 유용한 이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