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부갈등, 해결할 수 없을거라 생각했어요



11번째 저니 인플루언서는 시댁과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던 에스더님이세요. 시댁과의 갈등이 부부 싸움으로까지 번져 부부 상담을  고민하게 되셨다고 하는데요. 부부 상담을 받기 이전에 내가 먼저 변하면 관계에도 좋은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먼저 신디의 문을 두드리셨다고 해요. 지금은 개인 상담과 함께 남편과 부부 상담도 받고 계시답니다.  에스더님과 인터뷰를 하는 내내 저 또한 마음이 뭉클해지고 위로와 도전이 되는 시간이었어요. 그럼 에스더님의 이야기를 같이 들어 볼까요?


 



Q. 간단한 소개 부탁 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아직 신혼을 보내고 있는 1년차 맞벌이 부부의 아내, 에스더라고 합니다.


Q. 어떤 것 때문에 상담을 받게 되셨나요?

   저희 부부는 시댁과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요. 상담을 받기 전, 유투브나 블로그에 올라온 고부 갈등 관련 여러 컨텐츠들을 찾아 봤어요. 대부분 아내가 먼저 좋아지는 것만으로도 관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신디의 글에서도 아내가 먼저 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는 내용을 봐서 제가 먼저 상담을 신청하게 됐어요. 이번에는 보다 더 전문적으로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신디의 상담 선생님들 프로필을 보고 신청을 했죠.


Q. 그러셨군요. 혹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어떤 부분이었나요?

  결혼 전에는 고부 갈등에 대해 생각해 보긴 했어도 '내 일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결혼 전부터 어머님의 간섭이 잦았고 원하시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으면 굉장히 불쾌해 하셨죠. 결혼을 하고는 이제 자주 오라고 하시는데.. 저희 부부도 주말에 일이 있을 때가 있잖아요. 거절이 자연스러울 수 있는데 저도 거절하는 게 쉽지 않고, 남편이나 저나 '우리가 이렇게 하는 게 맞나?' 괜한 죄책감이 들기도 했어요. 

결혼하기 전에도 사회생활하면서 남녀차별이 있긴 했지만 결혼하고 그런 걸 더 많이 느낀 거 같아요. 남편은 저희 집에서 굉장히 손님 대접을 받는데, 시댁에서 저를 바라보는 시선은 뭔가 손님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족처럼 사랑스럽게 대하는 것도 아니고. 잘하면 그냥 잘하는 거지만  잘하지 못하면 혼이 나고 배워야 하는 존재랄까요. 결혼 전에 이런 걸 걱정한 적이 없어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거 같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반발심이 너무 컸어요. 남편도 이런 거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제 이야기에 예민하게 반응해 주지는 못했던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저는 더 힘들어했고요. 남편은 항상 ‘네네’ 하던 아들이었으니까. 그런데 저는 부모님께 제 의견을 잘 이야기하는 편이었거든요. 사실 처음에는 남편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생각해 신디 글도 보여주고 그랬는데, 갈등이 더 악화되더라고요. 신디 컨텐츠를 읽는 것만으로도 해결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가 ‘아, 우리 선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지점이다’ 생각이 들었어요.


Q. 상담은 도움이 되셨나요?

   정말 많이 도움이 됐어요. 사실 상담 초기에는 제 감정들이 더 올라오니까 남편과 더 많이 다퉜던 거 같아요.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고부 갈등 때문에 상담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저라는 사람에 대해 많이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제 자신에 대한 부분들이 많이 해결되다 보니 남편과의 관계도 많이 바뀌었어요. 고부갈등까지 많이 해결됐냐 묻는다면, 사실 자주 뵙지는 않아서.. 그래도 제 마음에 응어리졌던 것들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어요. 그렇게 볼 때, 나아지는 과정 중에 있는 것 같아요.


Q. 상담을 받다 보면 중간에 심적으로 힘든 순간도 있는데요. 상담 과정에 불편한 점은 없으셨나요?

   상담을 받아서 힘들었던 건 아닌데요. 다만 상담을 받는 과정에 내가 모르던 부분들을 깨닫게 되는데, 처음엔 그런 것들이 누군가를 향한 비난으로 갔던 거 같아요. 시어머니라면 시어머니, 남편이라면 남편. 그래서 한두 번 정도는 남편이랑 정말 크게 싸웠던 거 같아요. 특히 상담 초반에는 이런 마음을 표현하는 게 서투르니까 더 크게 싸우고. 정말 크게 싸웠거든요. 근데 또 그게 터닝포인트가 되긴 했어요. 그 뒤에 상담을 하면서 상담 선생님과 그 싸움으로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이야기하면서 오히려 마음을 잘 정리할 수 있었거든요. 최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상담을 몇 차례 하면서 저도 남편도 대화법과 관련해 배운 것들이 있어서 그런지 싸움이 커지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Q. 화상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은 없으셨어요? 

   저는 오히려 더 좋았던 거 같아요. 최근에 지인한테도 소개했거든요. 제가 예전에 개인 상담을 오프라인으로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퇴근을 하고 가면 너무 진이 빠지더라고요. 왔다 갔다 왕복 2시간을 잡아야 하니까 시간적인 부담도 컸는데, 지금은 저희 방에서 할 수 있으니 좋아요. 다행히 저희는 신혼부부라 집에 부모님이 계신 것도 아니고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마음도 오히려 집에서 하니 더 편한 거 같아요.


Q. 끝으로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사실 저는 한국에서 80년대에 태어나 남녀차별 별로 없이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딱 '한국의 며느리'를 경험하니 좀 충격적이었어요. 우리 세대도 이런 게 쉽지 않구나 느꼈고, 처음 개인 상담을 할 때는 원망이 많았던 거 같아요. 가족에 대한 원망이든, 시가족에 대한 원망이든, 아니면 사회에 대한 원망이든. 물론 내가 쉽게 바꿀 수 없는 부분들이지만, 이로 인해 내가 계속 아프니까 점점 내 안에서 곪아가더라고요.

개인 상담으로 내가 좀 더 단단해지고 내 시선이 바뀌고 내 아픔을 돌보니까 같은 상황이 와도 덜 아프게 된 거 같아요. 물론 앞으로도 큰 산은 계속 올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예전에는 그것을 넘어가기가 힘들고 후회스러웠는데, 지금은 조금 넘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긴 거 같달까요. 그리고 이제는 남편이랑 같이 상담을 하니까 '같이' 넘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 같아요. 

그리고 참 좋은 점은 제가 아픈 걸 인정하니까 남편의 아픈 모습도 인정하게 됐어요. 그리고 아직은 그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앞으로 어머님이나 다른 사람들의 아픔까지도 인정하게 되면 제가 조금 더 편안해질 거 같아요. 그래서 쉽진 않겠지만 부부 갈등의 발단이 무엇이 되었든 갈등은 모두가 경험하는 것이니까. 그것을 통해 더 단단해지는 시간이라 여기고 그런 시간이 되면 좋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