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 앞에서 뺨 맞은 아내, 어떻게 극복했나요?




Q.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서울에 사는 4년 차 부부입니다. 두 돌 지난 딸이 하나 있는  맞벌이 부부예요. 아내는 통신회사에 다니고 있고, 저는 회계 법인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Q. 상담을 받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신혼 초 부터 계속 갈등이 있었는데 참다 참다 올 초 설 명절에  사건이 터졌어요. 남편이 시댁에서 저를 말리다 벽에다 밀치고 정신차리라며 뺨을 때린 그런 일이 있었던거죠. 그것도 시부모님 보는 앞에서요... 물론 시부모님도 저를 같이 비난하셨고요... 그 뒤로 이건 무조건 이혼해야겠다 생각만 들었죠. 그래서 아이 데리고 친정으로 갔고요. 

  그땐 정말 아내가 부모님에게 너무 버릇 없이 대하는 것 같아서 화가 주체할 수 없이 났어요... 눈에 뵈는 게 없었죠. 말려야겠다는 생각도들었고요. 이 후로 아내에게 잘못했다고도 하고, 아내가 힘들어하니까 부모님과 아내 사이에서 아내 편도 들어봤는데 소용이 없고 오히려 갈등이 더 심해져서... 저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결국 아내가 이혼하자고 집을 나가서.. 제가 먼저 상담을 받게 됐어요.


Q. 많이 힘드셨을 것 같은데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아내는 이 혼하겠다고 아이 데리고 집을 나갔지, 부모님이랑 여동생은 저보고 등신이라고 비난하지, 애는 보고 싶지...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미치겠다라고요.


  솔직히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살 수 있겠어요. 전 그동안 참을만큼 참았던거든요. 시부모님은 신혼 초부터 절 무시하셨거든요. 남편이 학벌이 더 좋고 전문직이라는 이유로요. 전기세, 수도세까지 매 달 체크하시고, 관리비 많이나온다고 개념없다는 말을 대놓고 하셨고요. 심지어 저 옷입는 것도 센스없다 지적하시고 너가 그러고 다니면 우리 아들이 밖에 나가서 체면이 서겠냐는거예요. 남편에게 계속 힘들다고 말을 했는데 남편은 이제와서 부모님을 바꿀 수 없으니 제가 맞춰야한다는 거예요. 그러다 결국 올 해 구정에 참았던 게 터진거죠. 아이가 밥을 잘 안먹는 편인데 애미가 돼서 밥도 제대로 못 먹인다고 타박을 하시는거예요. 어리지만 아이 다 듣고 있고 아이가 조금만 크면 제가 무시받고 사는 모습을 보게 될텐데 그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나이드신 분들이 하는 잔소리인데 아내가 예민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땐 아내가 얼마나 힘든지 이해를 못하고 부모님에게 큰 소리 내면서 화내는 걸 보니까 저도 순간적으로 이걸 어떻게든 멈추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그땐 눈이 돌았던 건 맞아요. 몇 년 동안 쌓였던 분노가 그날 폭발한 것 같거든요. "어머니, 제발 그만 좀 하세요! 애가 다 들어요! " 처음으로 화를 내봤어요. 그랬더니 어머님께서도 같이 화를 내셨죠. "어머, 얘 눈 치켜뜨고 대드는 것 좀 봐, 너 지금 이게 무슨 버르장머리 없는 행동이니? 친정에서 그렇게 하라고 가르치든!" 이렇게 화를 내시면서... 휴, 그 뒤로는 정말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아수라장이었고 제가 계속 바득바득 대드니까 남편이 그만하라면서 제 뺨을 결국 때렸어요.


   이렇게 말하기도 참 창피한 일이었죠. 막장이 드라마에만 있는 일은 아니더라고요.

 

  전 그 길로 시댁에서 아이 데리고 나와서 친정에 왔고요. 이혼 밖엔 진짜 답이 없다고 생각했죠.



Q. 상담은 도움이 되셨나요?

  저희는 10회 상담을 받았어요. 3회는 각각 따로 받고, 7회는 같이 받았는데 .. 전 사실 큰 기대 안했거든요. 그런데 남편이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해서 저도 놀랐어요. 물론 남편도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이 있고, 그동안의 상처를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남편이 제 입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니 가정을 지킬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겨요.

그리고 제가 그동안 남편과 시부모님에게 받은 상처가 생각보다 깊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 열등감의 이슈도 마주하게 됐고요. 아직 상처에서 완전히 자유로운건 아니지만 저희 부부에게 희망이 생겼다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대로 된 시작이요. 



Q. 남편 분은 상담 받고 어떠셨어요?

  상담을 처음 받고 나서는 솔직히 비난 받는 기분이 들어서 기분이 좋진 않더라고요. 저는 와이프 태도가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희 부모님과 제가 정서적으로 독립이 안되서 그런거라고 하시니... 제 삶 전체가 부정당한 느낌이였죠. 사실 상담을 그만 받아야하나 생각도 들었는데 다른 대안이 없기도 해서 일단 받았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 상담을 받고 나서 아, 이게 꼭 와이프의 문제가 아니라  나한테도 원인이 있구나를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아요.



Q.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 요? 

  전 부모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랐어요. 공부를 잘 해서 인지 장남이여서인지 모르겠지만 두 분 다 저한테 헌신적이었고요. 그래서 제가 효도해야하고, 책임져야하고, 여동생까지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Q. 아내도 그렇게 부모님에게 맞춰주길 바라셨겠네요.

  네, 상담 받기 전에는 설령 부모님 말씀이 틀려도 맞춰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어요. 아버지 어머니를 우리가 바꾸려고 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아내가 부모님에게 맞춰주기를 바랬고요. 근데 그게 잘못됐다는 걸 신디 콘텐츠 읽고, 상담을 받으며 알게 된 거죠.



Q. 그 뒤로 부모님과는 어떻게 되셨어요?

   어머님과 아버님에게 솔직하게 말씀드렸어요. 상담 받고 있고, 저는 제 가정이 중요하고 지키고 싶고 부모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저도 가정이 있으니 아내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요. 그리고 입장 바꿔서 제가 처갓집에 가서 그렇게 대우 받으면 좋겠냐고, 아내가 상처 받을 만한 말 하신건 사실이니까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겠냐, 당분간은 못가더라도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아달아고요.


   전 솔직히 시부모님을 언제 뵐 수 있을지 확답은 못하겠어요. 다시 볼 자신은 없어요. 남편이 그래도 이해해주고 제 편에서 그렇게 말해줬다는 거 자체가... (눈물) 그냥.. 그게 진짜 희망이에요. 그 힘이 큰 것 같아요.



Q. 남편 분은 그  분리의 과정이 정말 힘들다고 하던데 어떠셨어요?

   맞아요. 정말 힘들더라고요. 와이프 편에 서서 그렇게... 해야 된다는 게... 부모님을 배신하는 것 같아서 죄책감도 들고, 제가 살아온 인생 전체가 부정당하는 기분이고..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게 정말 맞는 건가...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점차 상담을 받으면서 객관적으로 저와 부모님의 관계를 보게 된 것 같아요. 아내와 부모 사이에서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상황 자체가 역기능이라는 말씀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죠. 그러면서 저도 정서적으로 독립을 해야 그게 우리 아이에게까지 대물림 되지 않겠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그러고 보니 제가 아내를 참 무시하고 살았구나.. 싶더라구요. 아내가 힘든 게 이제는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저도 제 가정이 저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Q. 끝으로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상담 과정에서 불편하고 힘든 순간이 있을텐데 그걸 잘 버텨(?)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왜냐면 그 불편한 부분이 내가 결국 해결해야 하는, 넘어야만 하는 산 이더라고요.

 

  저는 아내 입장에서 .. 솔직히 남편 분들이 정말 이런 걸 아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내들이 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거든요. 얼마나 힘들면 이혼을 할 생각을 하겠어요... 그런 고통을 조금이라도 공감해준다면 아내도 힘을 얻어서 남편을 좀 더 이해할 여유가 생긴다는걸말해주고 싶어요. 남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고통스럽다는걸요.  



  두 분의 결혼 생활은 이제 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남편도 원가족과 분화되면서 더 진짜 나를 찾아가실 수 있을거예요. 응원 가득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힘든 일이 또 생기시더라도 잘 헤쳐나가시길를 응원할게요. 힘들땐 언제든 신디가 있다는 것도 기억해주시고요. 고부갈등으로 힘들어하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인터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