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몰래 외도한 남편, 죽고 싶었어요


몰리오님은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이신데요. 남편의 외도로 인해 15회기 째 상담을 받고 계시답니다. 외도라는 큰 상처를 지혜롭게 견뎌내고 계신 몰리오님의 이야기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은 메이트 분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몰리오님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 볼까요

  



Q. 간단한 소개 부탁 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40대 중반 아내 몰리오입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 결혼한지는 15년이 되어가네요. 미국에 온지는 10년 정도 되어가고 아들 하나 키우고 있습니다.



Q. 어떤 것 때문에 상담을 받게 되셨나요?

  남편의 외도 때문에 상담을 받게 되었어요. 저희는 결혼하고 꽤 오래 주말 부부로 지내고 있거든요.  신혼때는 같이 지내다가 남편이 직장을 다른 주에 얻으면서 계속 주말 부부를 했죠. 그런데 작년 연말에 남편이 외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것도 10년이 넘게요... 남편이 문자를 늘 지웠던 모양인데 그날 따라 못지웠나보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우연히 핸드폰을 보다가 알게 됐구요. 남편이 끝까지 아니라고 우겨서... 저도 그냥 아니겠지 믿고 넘어갔는데 그 여자가 저를 찾아 온거예요. 이혼을 해달라고요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를 경험한거죠. 그때서야 모든 진실을 알게 됐어요. 


Q.아... 그러셨군요. 너무 힘드셨겠어요. 어떤 부분이 가장 괴로우셨을까요.

  남편이 깔끔하고 가정적인 성격이거든요. 주말에 집에 오면 집도 깨끗하게 정리해놓고 아이 케어도 참 잘 했어요. 실제로도 좋은 아빠이고요. 그런 남편이 10년이나 거짓말을 하면서 외도를 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이었죠. 차라리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거나 뭔가 끼가 있는 스타일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인간에 대한 배신감이 들진 않았을 것 같아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 그러니까... 뭐랄까... 인간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었죠.  남편이 저를 1년 넘게 따라 다녀서 한 결혼이었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저에게 성실한 편이었거든요... 가장 믿고 의지하고 살아야 할 남편을 불신하고 증오하면서 산다는 것... 그리고 이제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  그게 정말 힘들더라구요.  거기다가 남편을 믿고 그동안 나태하게 살아온 제 자신에 대한 혐오감 같은 것도 생겼어요. 제가 어디가서 똑부러진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헛똑똑이였던거죠. 아이가 받는 상처를 생각하면 그것도 너무 괴로웠고요.


Q. 상담은 도움이 되셨나요?

  첨에는 정말 하루 종일 멍하니 있었던 것 같아요. 상담 받을 생각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했어요. 밥도 못먹고, 일도 못하고, 아이 케어도, 집안 일도 올 스탑이었죠. 시댁에도 이야기를 했는데 어머님이 아버님도 젊었을 때 그렇게 속을 썩인 적이 있다면서 그냥 참고 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 이야기를 듣는데 또 숨이 막히더라구요. 피가 거꾸로 솟는 경험을 자주 한 것 같아요... 그럴때마다 아이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저를 발견했어요... 남편이 아이를 정말 예뻐했거든요. 그냥 그래서 아이에게 분풀이를 다 한 것 같아요. 어느 날 감정조절이 안돼서 아이를 때렸는데...동시에 남편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저도 죽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어요. 


  상담은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여전히 남편을 용서하진 않았지만 일단 분노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고 나니까 그래도 숨이 좀 쉬어지더라구요. 상담사님이 외도 전문가셔서 제 감정을 정말 충분히 공감해주시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제 감정을 좀 더 들여다보면서 무기력해진 그 때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제가 이혼을 왜 두려워하고 있었는지, 왜 남편에게는 아무말도 못하면서 아들에게 분풀이를 했는지도요. 저의 미해결과제와 얽혀졌더라고요. 

  그리고 남편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자기 중심적인 사람이었구나. 자기애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도 이전에는 몰랐는데 상담 받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고요.


Q. 상담을 받다 보면 중간에 심적으로 힘든 순간도 있는데요. 상담 과정에 불편한 점은 없으셨나요?

  제 내면에 있는 분노를 말로 표현한다는 게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었어요. 거부감도 좀 있었고요. 제가 생각보다 감정 표현에 익숙한 사람이아니였더라구요. 그리고 남편과의 관계가 이렇게 까지 된데는 제 몫도 있다는 부분을 인정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남편으로하여금 자기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 부분들이 분명 있더라고요. 그리고 심리적으로 제가 남편에게 굉장히 의존적인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상담을 통해서 알게 돼서 힘들지만 이제는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저는 사실 이혼을 해도 경제적으로는 큰 어려움은 없어요. 하지만 남들의 시선이 무섭고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결혼까지 시킬 생각을 하니 자신이 없고요.. 그래서 만약 이혼을 하더라도 심리적인 준비가 필요한 것 같아요. 여전히 삶은 힘들지만 신디에서 상담 받으면서 그 작업을 찬찬히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신디가 없었으면 정말 어디까지 제 자신이 무너졌을지... 모르겠네요. 상담을 받으면서 제 안의 것들을 날 것으로 마주할 때 힘든 부분도 있지만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성장통이라고 생각해요. 



Q. 화상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은 없으셨어요? 

  전혀요. 저는 미국에 거주하잖아요. 대안이 없어요. 그래서 정말 이 신디라는 플랫폼이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여기는 문화 차이도 그렇고, 상담을 받기가 쉽지 않아요. 미국에서 오래 살긴 했지만 그래도 한국 문화와 정서를 뿌리 깊게 가지고 있잖아요. 한인 상담사를 찾기 도 쉽지 않고요. 그리고 있다해도 저희 주는 한인 커뮤니티가 작아서 소문이 금방 나거든요. 이런 이야기를 절대로 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런데 신디를 통해 한국에 있는 정말 제대로 된 전문가를 이렇게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게 정말 든든하고 좋았어요. 선생님이 안계셨다면 이렇게 제가 잘 버틸 수는 없었을 것 같아요. 비용도 사실 필라테스 하는 것 보다 부담이 없더라고요. 앞으로도 꾸준히 선생님을 안전기지 삼아서 대화하면서 이 상황을 현명하게 풀어가보고 싶어요.  


Q. 끝으로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신디의 책에서 본 것인데요. 분노와 수치스러움에 감당할 수 없을 때는 상담을 받으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이 필요하고, 그 외에도 일이나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라고 조언드리고 싶어요. 저 같은 경우는 일을 하다 보면 그래도 좀 잊을 수 있었거든요. 상담과 직장이 있어서 제가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죽을 것 같아도 살아지고... 또 그렇게 살다보니 웃는 날도 오더라구요. 지금은 한결 편해졌어요. 여전히 남편을 용서하진 못했지만 주말 부부 생활을 유지하며 그럭저럭 지내고 있어요. 남편이 조만간 직장을 정리하고 합칠 것 같은데 합치면 더 부딪힐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그렇게 부딪히더라도 이 관계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노력해보고 싶어요. 할만큼 했다. 뭐 이런 게 있어야 나중에 이혼을 하더라도 후회가 없을 것 같고요. 저도 아직 제 결혼 생활이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하는데까진 해보는게 후회가 없지 않을까...이런 생각이 들어요.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이 많으시다고 해서 저도 용기내서 인터뷰에 응하게 됐어요. 저보다 더 심한 사연도 있으시겠지만... 작은 위로라도 되면 좋겠네요. 인터뷰를 하다보니 저도 속이 좀 후련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제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